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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공지] [논단] 부동산 정책은 왜 반복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나?
관리자
2026-10-26 5
[논단] 부동산 정책은 왜 반복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나?

한국 정책의 급소는 부동산이다. 역대 정부는 한결같이 집값 안정과 서민 주거복지를 약속했지만, 어느 정부도 부동산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어떤 한 정부는 규제를 강화하고 다른 정부는 시장 기능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을 뿐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세금과 대출, 재건축과 공급정책의 방향이 뒤집혔다. 집값이 오르니까 집값을 내리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집값이 내리니까 집값을 올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면 그건 정책이 아니라 임기응변이다.

왜 한국의 부동산정책은 반복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는가. 핵심은 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 결여에 있다. 주택 공급에는 수년이 걸리고 가계의 주택 수요는 장기간에 걸친 경제적 의사결정이다. 그런데 부동산정책은 5년 주기로 오락가락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간 비일관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도시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와 조지프 규르코는 2018년 논문 ‘주택공급의 경제적 함의’에서 주택가격과 건설비용 사이의 격차에 주목했다. 이들은 공급을 제약하는 규제가 사실상 주택 개발에 부과되는 묵시적 세금처럼 작용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주택 공급이 경직된 시장에서는 수요 증가가 공급 확대보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쉽다.

더욱 주목할 연구는 시카고대 창타이 셰와 버클리대 엔리코 모레티의 2019년 논문 ‘주택공급 제약과 공간적 자원오배분’이다. 이들은 미국의 생산성 높은 도시에서 주택 공급을 제한한 결과 노동력의 효율적 이동이 방해받았으며, 1964~2009년 미국의 총성장률이 크게 낮아졌다고 추정했다. 이는 미국을 대상으로 한 모형 분석이지만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주택 공급 부족은 단순한 집값 문제가 아니라 노동 이동과 국가 생산성을 제약하는 경제성장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 정책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지역별 시장의 이질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주택 부족과 지방 소멸지역의 빈집 증가는 정반대의 경제현상이다. 수도권에서는 인구와 일자리 집중으로 주택 수요가 높지만 상당수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로 수요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 이처럼 다른 시장을 전국적으로 유사한 조세 원칙과 규제로 다루는 것은 경제적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양극화가 심해지는 이유다.

이제 지역별로 차별화된 부동산 세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주택 수만을 기준으로 과세하기보다 지역별 수급 상황과 주택의 실제 활용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수도권의 수요 집중지역에서는 토지 보유에 대한 과세와 개발이익 환수를 합리화하되, 신규 공급과 정상적인 거래를 위축시키는 거래세는 조정해야 한다. 반면 인구감소 지역에서는 취득세와 재산세를 경감하고 장기 거주와 주택 개보수에 세제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고가 주택 여러 채와 지방의 저가 주택 여러 채를 주택 수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경제적 실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물론 차등 과세가 정치적 재량에 맡겨져서는 안 된다. 인구증감률, 주택가격 상승률, 공급 부족률 등 객관적 지표에 따라 세제를 조정하고, 지방재정의 안정성과 조세 형평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세율과 적용 기준을 사전에 공표하고 장기간 유지하는 규칙 기반의 조세제도가 필요하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역시 이러한 원칙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대출과 거래 규제는 단기적으로 수요를 억제할 수 있지만 수도권 집중과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 더욱이 대출 규제는 충분한 자기자본을 가진 자산가보다 금융에 의존하는 청년과 중산층에게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투기를 억제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무주택자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고 기존 자산 보유자의 상대적 우위를 강화하는 역설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부동산정책의 성패는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정부에 대한 신뢰에 달려 있다. 세계 도시경제학의 교훈은 명확하다. 시장의 가격 신호를 무시한 규제는 희소성을 없애지 못하며, 주택 공급의 제약은 국가경제 전체의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 설계의 임기는 5년이지만 국토개발계획과 도시계획은 수십 년을 내다봐야 한다. 한국 부동산정책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강력한 대책이 아니라, 통시성 있는 원칙과 제도적 신뢰다. /이양승 군산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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