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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공지] [논단] 2026년 폭염이 던진 ‘기후친화적 건축’의 숙제
관리자
2026-08-19 117
[논단] 2026년 폭염이 던진 ‘기후친화적 건축’의 숙제

2026년 여름은 유독 길고 뜨거웠다. 전혀 새로운 차원의 나날이었다. 한반도를 뜨겁게 달군 폭염과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한 열대야의 서사는 기후 이상이라고 읊조리기엔 너무 가혹했다. 도심 열섬의 고착화, 예고 없이 밀려드는 기습 폭우와 같은 지표들은 이제 기후변화가 추상적 담론 이상임을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매일 거주하며 숨 쉬는 우리 모두의 물리적 조건임을 알리고 있다.

기후변화를 두고 기후를 문제 삼는 이가 있을까. 기후 변화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를 새롭게 재구성하라며 요청한다. 특히 긴 세월 동안 견고하게 지켜왔던 건축과 주거에 현실 기후는 날카롭게 질문을 던진다. 집은 단순한 정주 공간 이상임을 유념할 것을 요청한다. 인간이 자연이라는 거대한 타자와 관계를 맺는 가장 밀접한 매개체가 곧 집이라는 사실을 음미하며 깊게 성찰하기를 권하고 있다.

지난 세기 건축은 외부의 자연을 통제하고 배제해 왔다. 내부의 인공적 쾌적함을 고수하는 격리된 기계에 가까웠다. 하지만 기후변화 시대의 건축은 지구의 생태적 순환에 스스로를 개방하는 생태적 인터페이스를 도모하기를 요청받는다. 주거 공간을 자산으로 인식하는 단계를 넘어, 주거 공간을 단순한 사물 이상으로 대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지구와 공생하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터전으로 인식하고 새로운 거주 윤리를 만들어야 하는 사명감의 부담도 안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크게 두 가지 층위의 지혜를 건축 분야가 발휘하도록 권한다. 하나는 가혹해진 기후의 변화에 차분하게 맞춰가는 적응의 지혜다. 에어컨으로 열기를 막아내는 방식이 도심의 외벽을 가열하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자명한 사실을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외부 차양을 내리고, 수직 정원과 옥상 정원을 형성해 식생을 챙기는 노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바람길을 챙기는 이른바 패시브적 대응 또한 놓쳐선 안 될 지혜다. 이처럼 주거 공간을 외부 환경에 맞춰 소통하는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딛는 지혜와 실천을 요청한다.

또 다른 지혜 하나는 완화의 모색이다. 즉 기후변화의 시간표를 더디게 만드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다. 건물이 태생적으로 품고 있는 내재 탄소의 무게를 줄이는 일이 그 구체적 예다. 콘크리트와 철근이 지배해 온 시간을 지워나가야 한다. 구조용 집성목이나 분해성 자재, 흙의 기운을 다시 끌어들이는 생태학적 건축의 지혜를 살려야 한다. 패시브적 대응을 넘어 건축물이 대지의 탄소를 품어 안는 액티브 대응으로까지 이끌 필요가 있다.   

이러한 주거 공간의 형성, 건축에서의 전환을 개인의 도덕적 당위나 선의에만 의지할 순 없다. 우리의 삶이 기후 친화적인 주거를 향해 자연스럽게 이끌리도록 돕는 섬세한 동기부여와 제도적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 인용할 만한 유연한 시도들은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다. 싱가포르의 도시조경 의무화 정책(LUSH)은 건물이 점유한 대지를 녹지로 복원할 경우 그에 부합하는 공간적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그 같은 정책적 유도 덕분에 도심에 푸른 기운은 늘었고 생태적 공간 비율도 커졌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의 오아시스 프로젝트 또한 언급할 만한 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 공간을 흙과 식생이 숨 쉬는 장소로 개조해 폭염 속 시민들의 생태적 쉼터로 재생시키고 있다. 특히 아동들의 놀이 공간을 녹색 지대로 만드는 일을 정책적으로 지원해 시민의 호응과 함께 가시적 성과를 얻었다. 유럽의 몇몇 국가에선 건축물 내재 탄소 관리 제도와 목조 건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자재와 시공 전반에 걸쳐 탈탄소의 흐름을 성공적으로 견인했다. 이처럼 규제가 아닌 유도 정책으로 기후변화에 맞서는 건축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2026년의 폭염은 엄중히 완수해야 할 과제를 건축계에 던져 줬다. 우리가 머무는 공간이 기후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새로운 윤리를 구축하기를 권했다. 대지의 온도가 결코 건축하는 일과 무관하지 않으며 온도를 낮추는 일에 큰 자부심을 가질 것을 건축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시민의 주거 공간이 지구와 얼마나 유연하게 보폭을 맞추고 있는가를 물어가는 삶을 영위하도록 제안했다. 온 사회가 모두 함께 그리고 시급히 과제를 행하라며 그 실천 요령의 힌트까지 알려 줬다. 2026년 여름은 가혹하기는 했으나 새롭게 살아갈 지혜를 모색토록 했으니 그를 긴 시간 동안 추억할 것 같다. /원용진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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