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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공지] [논단] 가만히 있으면 반도체의 낙수효과는 없다..
관리자
2026-09-14 56
[논단] 가만히 있으면 반도체의 낙수효과는 없다..

경제성장률 같은 전체 경제의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를 우리는 총량 지표(Aggregate Indicator)라고 한다. 올해 들어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8%에 달하고 있다. 불황도 호황도 아닌 평균적인 경제 수준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이 2%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보기 드문 초호황 국면이다. 그런데 대부분 국민들은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저 3.8%라는 경제성장률은 도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정말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맞나?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세계(異世界)의 경제성장률인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금 한국 경제의 고성장은 반도체 수출이 끌고 있다. 원래 수출 의존도가 높았고 수출 중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기형적(?)인 경제 구조에서 글로벌 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거기에 들어가는 부품재인 반도체 수요가 연쇄적으로 급증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가 한국 경제를 끌고 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상식적으로 보면 반도체 수출 기업들이 좋은 것이지 한국 경제 전체가 좋을 리는 없다. 예를 들어 수억 원의 성과급이 반도체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 것이지 국민의 것은 아니다. 파급 효과를 논한다고 해도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주변 상권에나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일부에서는 반도체 수출 호황이 전체 내수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파급 효과를 볼 수 있는 지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소비 지표의 속보치 의미를 가지는 7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월 대비 2.4%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가계의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심리를 총괄해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는 8월 중 104.5로 전월 대비 2.3p 하락했다. 세부 항목 중에서 가계의 현재 경기상황에 대한 생각을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 CSI가 7월의 84p에서 8월에 79p로 하락했다. 나아가 미래에 대해 가계가 얼마나 긍정적 시각을 가지는지를 의미하는 향후경기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도 7월 92p에서 8월에 89p로 낮아졌다.


대표적 내수 산업인 건설업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상반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5%의 감소를 기록했으며, 7월 건설수주액은 민간·공공, 건축·토목 부문 할 것 없이 모두 다 크게 축소되면서 전년 동월 대비 34.0%나 감소했다.

이러한 수출과 내수의 경기 양극화 그리고 반도체 산업과 비반도체 산업의 경기 양극화를 일컬어 우리는 ‘K 양극화’라 부른다. 과거의 양극화가 잘 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면, K 양극화는 알파벳 K자의 모습에서 위와 아래로 벌어지는 그 격차가 더 확대된다는 의미이다.

반도체의 낙수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하는 것일까? 아랫목이 따뜻하더라도 윗목은 냉골일 수 있다. 이대로 놔두면 낙수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대규모로 늘린 이유 중 하나가 K 양극화를 이대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올해 정부 예산이 아닌 내년 예산이기 때문에 그 효과를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내수 경기의 활력을 보강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올해 예산이라도 재정집행률 제고를 통해 불용액을 최소화하고 재정지출의 적시성이 확보돼야 하겠다.

특히 정밀한 재정 집행 능력(Pinpoint Strike) 강화 등을 통해 내수의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력)를 높여 줘야 한다. 또한 이번 백투백(Back to Back, 연이은)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잘못됐다고 판단하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중소기업 금융지원제도가 있다. 중소수출기업에 대한 무역보험이나 중소기업 운영 및 기술개발자금 등에서 낮은 금리 수준이 적용되는 공급 노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향후 통화정책은 환율이나 물가 안정이라는 중앙은행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제 목표를 최우선시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높은 가계부채 수준을 고려해 자칫 금리 인상이 가계의 신용 경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건설투자 침체 상황을 방치하면 결국 K 양극화는 해소할 수 없다. 정부가 계획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신속히 실행돼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의 미래성장동력 확보 전략과 맞닿아 있는 교통망, 발전소, 수자원 등 인프라 구축 사업을 빠르게 추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건설투자가 유지되도록 해야 하겠다. 낙수효과는 가만히 있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따뜻한 물을 옮겨갈 수 있는 파이프(통로)를 만들어 줘야 가능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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