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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공지] [논단] 미국 건설산업은 왜 약해졌는가?
관리자
2026-05-18 220
[논단] 미국 건설산업은 왜 약해졌는가?

미국 건설산업은 강했다. 지난 수십 년간 벤치마킹의 대상은 거의 언제나 미국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공항, 철도, 지하철을 비롯한 미국의 인프라 시설이 너무나 낙후돼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해 왔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같은 것은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사례라고 부끄러워했지만, 미국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곤 했다. 오죽하면 15년 전에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만이 ‘미국쇠망론(2011)’이란 책을 통해서 미국이 망하는 원인 중 하나로 낙후된 인프라를 꼽았을까.

바이든 정부 때만 해도 삼성, 현대, LG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제조업체들이 미국에서 반도체나 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자 할 때, 한국 건설사보다는 미국 현지 건설사들을 더 선호하기도 했다. 아무려면 세계 최강국인 미국 건설사가 한국 건설사보다 더 낫겠지 하는 막연하고 안이한 기대는 공사 시작과 함께 무너졌다. 미국의 종합건설사나 전문건설사들은 물론이거니와 PM/CM조차도 기대했던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공기 지연은 물론 대외적으로 차마 공개하기 어려울 만큼 공사비도 많이 치솟았던 것 같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압박 등에 따라 또다시 대규모 미국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의 제조업체들은 최근 들어 미국 내 실적을 보유한 한국 건설사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돌아선 것 같다. 필자가 작년부터 몇 차례 미국에 출장 가서 한국 발주자들을 만나보면, 미국 건설사들보다 한국 건설사들이 공사비, 공기 등 사업성과 측면에서 더 나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일을 대하는 자세부터가 확연하게 다르다고 한다.


미국 정부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정부는 한국 기업들에게 투자만 요구하다가, 지금은 투자만이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직접 미국에서 건설까지 수행해 주기를 바란다. 미국 건설사들은 오랫동안 대규모 반도체나 자동차 배터리공장을 건설해 본 경험이 없고, 전문성 높은 기술인력이나 숙련된 기능인력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에 조지아주에서 현대자동차 공장을 급습해 일하던 한국인들을 강제구금한 뒤 귀국시킨 해프닝은 정책적 실수였기도 하지만, 한국의 건설기술자들이 없으면 그런 공장조차 건설할 수 없는 미국 건설산업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미국인들도 자국 건설산업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조지아주의 해프닝 이후에는 너무나 수월하게 입국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을 필자부터가 몸소 체감하기도 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인프라 건설과 유지관리는 건설산업의 영역이다. 인프라 경쟁력의 약화는 건설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미국 건설산업이 약해졌을까? 미국-이란 전쟁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해 본다. 전쟁을 하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필요하다. 하드웨어는 총, 미사일, 드론 같은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전략과 전술은 물론이고, 하드웨어를 만들고 작동할 수 있는 기술이나 설계도 및 매뉴얼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같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전쟁을 치를 수 없다. 군인들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과 실전에 가까운 훈련이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경험에 기초한 숙련도가 높아져야 전쟁의 수행과 승리가 가능하다. 미국 건설산업에 결여된 것이 바로 이 세 번째 부분이다. 원천기술과 지식을 갖고 있어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만 있지, 경험을 갖춘 전문가나 숙련된 기능인력이 없다. 공사 현장은 남미계 인력들이 떠맡아 왔는데, 그마저도 트럼프 정부의 불법이민 단속 등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공장은 주로 중국 등 외국에 두고, 미국 내 건설이나 제조는 등한시한 채 사업개발과 기획 및 마케팅 등에 주력한 결과다. 미국의 학계에서도 건설이나 제조는 부가가치가 낮기 때문에 아웃소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오랫동안 부추겨왔다.

미국 건설산업의 약화 원인은 우리에게도 남 일이 아니다. 국민소득 수준과 경제력 상승의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한국 건설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60대와 50대 중후반의 건설 전문인력 및 숙련공들이 고갈될 날도 머지않았다. 건설현장을 조선족이나 동남아 인력에 모두 넘기게 되면, 오늘날 미국 건설산업이 당면한 현실은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AI 열풍이 밀어닥치자 한국의 건설경영자들도 AI활용을 적극 주문하면서 인력양성은커녕 인력축소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 건설산업은 AI 활용이 부족해서 약한 게 아니다. 건설산업은 제조업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서비스업이고 서비스업은 사람이 핵심이며, AI는 사람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기보다 사람을 대체하는 도구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오늘날 미국 건설산업이 당면한 현실에 대해서는 좀 더 다각도로 심도 있는 논의를 해 볼 필요가 있다. /이상호 유창E&C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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