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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공지] [논단] 지방도시와 지역건설업계가 모두 사는 길
관리자
2026-06-23 196
[논단] 지방도시와 지역건설업계가 모두 사는 길

인구소멸로 그동안 누리던 행정 단위 지위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인 소도시들이 많다. 그런 공간에서도 아파트 신축 광경을 종종 만난다. 정주인구가 줄어드는 판에 아파트 신축이라니, 그것도 소규모 도시에서. 하지만 최근 치러진 지방정부 선거에서 신축 아파트 유치나 대규모 재개발을 공약한 쪽의 손을 들어준 결과를 보면 마냥 놀랄 일만은 아니다. 시민들이 여전히 아파트의 편리함을 추구하며 화폐전환의 용이함을 인식하는 한 아파트 선호는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방 소도시 내 아파트는 문제의 영역으로 삼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질주하듯 우리 앞으로 바싹 다가오는 중소도시의 인구소멸, 인구 노령화는 아파트에 어두운 미래를 선사한다. 앞으로 지방 중소도시의 아파트는 재건축의 기회를 가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인구 유입이 없으니 재건축 비용을 조달하는 일 또한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마땅히 아파트와 관련된 납득할 만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재건축의 기회도 없고 대안적 대책마저 없으니 지방의 소도시 아파트 단지가 슬럼화될 일은 정해진 순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신축은 막고, 낡아가는 기존의 중소도시 내 아파트를 챙기는 범사회적인 의논과 정책 수립은 그 어떤 의제보다 시급하고 소중하다.

이미 비슷한 아파트 파동을 경험한 나라들에선 이런저런 대책을 세운 바 있다. 그들 대부분은 재건축을 피하고 몸집 줄이기로 대응했고 부분적 성공을 거둔다. 일본은 대도시 외곽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경제 성장기인 1970년대에 건축했다. 인구 소멸기에 접어들면서는 재건축 대신 축소 정책으로 대응했다. 아파트를 통째로 철거하거나 용도 변경을 꾀해 태양광 발전소나 녹지로 되돌렸다. 독일의 경우 구 동독 지역의 아파트를 축소 리모델링하는 과감한 정책을 실행했다. 아파트 상층부를 잘라내고 세대수를 줄여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들어 제공했다. 국가가 노후 아파트를 사들였고 공사도 감당했고 성공을 거뒀다.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가 참고 사례가 될 순 있지만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한국의 대부분 아파트는 고층의 모습을 하고 있다. 철거 공사를 하기엔 어려움이 뒤따른다. 뿐만 아니라 구분 소유권이라는 특수성 탓에 주민들의 동의를 챙겨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한국적 특수성에다 외국의 앞선 경험을 보태는 영리하면서도 한국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누군가 그 한국적인 대책의 중심에 서야 할 뿐 아니라 성공적 대책이 가져올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지방 건설업계가 그 자리를 차지하길 희망한다.

지역의 아파트 문제를 지역 건설업계에 밀어붙이듯 떠맡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기업 건설업계는 대규모 신축 외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자연스레 지방 도시의 아파트 재구조화에 열정을 보일 리가 없다. 지방의 자금은 빠져나갈 터이니 지역에서 재순환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역의 문제를 중소도시 아파트 문제해결에 담을 수 있는 동기와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성공 사례도 챙기며 한국의 사정에도 시선을 향하고, 지방의 사정도 대입시키는 주체로 지방 건설업체를 손꼽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잘못된 선택 아닐까.

지방의 건설업체가 아파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행해내기 위한 발상 전환과 실천 과제가 있다. 그 첫째는 아파트와 관련한 인지 지도 위에 ‘시공’이라는 용어는 지우는 일이다. 그리고 아파트를 재구조화하는 일을 주요 비즈니스로 삼아야 한다. 공공과 함께 노후 아파트를 재구조화하거나 유지, 관리 그리고 쓸모 있게 해체하는 체질을 갖추는 것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이어 아파트를 정주가 아닌 이주와 연계된 공간으로 사유하고 그 방향으로 건설 실천을 행해야 한다. 휴양을 위한 세컨드 하우스, 창업을 위한 일시적인 스타트업 공간, 노인의 요양 시설로 용도 전환하는 일이 그에 해당한다. 용도 전환 후에는 공용 주차장이나 로컬푸드 직판장으로 바꾸는 등 사업의 연쇄 고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 높은 아파트는 없으나 불편하지 않고 쾌적하게 지낼 이주 인구의 임시 공간을 형성해 나가도록 선도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퍼스트’라는 대중의 열망을 지방 중소도시민들도 지니고 있다. 그들의 욕망을 도덕적 훈계로 꺾기는 힘들다. 다만 아파트가 아닌 대체적 주택 형태에서도 편리함과 화폐전환 효과를 누릴 수 있음을 보여주며 아파트에 대한 욕망을 완화해나가야 한다. 더 높이 쌓아 올리는 보여주기식의 미학도 이젠 지방 중소도시에서 마감해야 한다. 지혜롭게 고치고, 줄이며, 변경시키는 줄임의 미학으로 이를 점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노후 아파트를 방치하지 않으며 공공의 거점으로 전환하고, 그 과정에서 지역 건설업계가 리모델링과 관리의 주역으로 나서야 한다. 아파트의 대전환적인 전략이야말로 지방 소멸이라는 파고를 버텨낼 지방 도시와 지방 건설업계의 상생의 길이다. /원용진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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