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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공지] [논단] 과학기술계가 존중받는 길은 ‘자기 혁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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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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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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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과학기술계가 존중받는 길은 ‘자기 혁신’
대한민국의 혁신적인 성장, 그 중심에 과학기술 인력의 헌신과 기술 축적이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과학기술계가 과연 사회적으로 충분한 존중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국가 운영의 핵심축으로 대우받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표면적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적지 않다. 정부 연구개발 예산은 세계 상위권 수준이며, 과학기술 관련 법과 지원 제도도 지속적으로 확충돼 왔다. 그러나 지원과 존중은 동일하지 않다. 존중이란 단순히 예산을 배분하는 문제가 아니라, 과학기술계의 판단과 전문성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반영되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어떤가? 특정 기술 분야에 대해 정치 논리나 해당 진영의 이념에 편중돼 재단하고, 과학기술계 내에서 수렴된 의견은 참고자료 수준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한 과학기술적 사실보다 5년 주기의 정권 코드와 정책 방향에 대한 적합성이 중시되는 환경은 과학기술을 장기적 축적의 영역이 아니라 불연속적인 단기 성과 경쟁의 도구로 전락시킨다.
과학기술 정책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정권 교체 시 반복되는 정책의 불연속성이다. 그 결과 연구 현장은 끊임없이 정책 변화에 적응해야 했고,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은 제도 변화 속에서 소모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책임을 정치권에만 돌리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과학기술계 내부 역시 성찰이 필요하다.
그동안 과학기술계는 여러 가지 이유로 공적 발언을 자제해 왔지만, 이는 때로 침묵과 순응으로 오해되거나 실제로 기능해 왔다. 과학기술계가 스스로의 전문성을 사회적 언어로 설명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그 공백은 정치 논리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인은 연구실 안에서만 전문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미래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공적 지식인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단기 과제 수주 경쟁, 과도한 평가 지표 중심 문화, 파편화된 학문 공동체 구조는 장기적 목소리를 내는 데 장애로 작용해 왔다. 과학기술계가 하나의 집단적 주체로서 사회적 발언권을 갖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과학기술계 모두의 각성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을 정립하고, 국가의 장기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초당적 합의에 기반한 과학기술 거버넌스, 독립성과 임기 보장이 강화된 과학기술 자문 체계,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유지되는 핵심 국가 연구 전략이 필요하다. 과학기술계 역시 더 이상 정책의 수혜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의 사회적 의미와 한계를 스스로 설명하고, 비합리적 정책에는 전문적 근거를 들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정치적 편향이 아니라, 공적 지식인으로서의 책임이다.
영국의 경우, 과학자문기구는 정부 정책에 대해 찬성 여부를 떠나 과학적 근거와 불확실성을 명확히 제시하며, 그 권고 내용은 공개 보고서 형태로 사회와 공유된다. 이로 인해 정책이 과학적으로 정당한지 여부를 검증하는 공적 기준 제공자로 자리 잡았다. 정치권 역시 이러한 자문을 무시하는 것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
독일에서는 과학기술계의 역할이 더욱 장기적 관점에 집중된다. 기후 변화, 에너지 전환, 기술 혁신과 같은 국가적 과제에 대해 과학자문위원회가 수십 년 단위의 시나리오와 위험 분석을 제시하고, 정부는 이를 정책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계가 정책의 성공 여부를 사후 평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라는 것이다.
이는 과학기술계가 정책 성과에 대한 공동 책임 주체로 인식되도록 만든다. 과학기술계가 정책의 주변이 아닌 중심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때, 사회적 신뢰와 존중은 자연스럽게 축적된다는 것이 이 사례들이 주는 시사점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존중은 선언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은 정책의 연속성, 전문성에 대한 신뢰, 실패를 감내하는 문화 속에서 축적된다. 그리고 과학기술계가 스스로 정책의 주변부를 벗어나 책임 있는 참여자이자 감시자로 역할을 재정립할 때, 정치적 종속에서 벗어난 독립성과 사회적 존중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염충섭 KAIST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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